2025년 4월 17일 저녁, 밴쿠버 성 김대건 성당에서 파스카 성삼일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 만찬 성 목요일 미사가 봉헌됐습니다. 이날 미사는 박준혁 프란치스코 주임신부와 김정현 프란치스코 보좌신부가 집전하였고, 마치 오늘이 주일 교중 미사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신자들이 성전을 가득 채워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만찬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.
성 목요일은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신 날이며, 섬김과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시며 열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날이기도 합니다. 이날 미사 중 박 주임신부와 김 보좌신부는 열두 명의 연령회원의 발을 직접 씻어주는 세족례를 행하였습니다. 자신을 배반할 유다의 발까지 씻어주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자기비움과 겸손 없이는 행할 수 없는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.
이어서 영성체를 마친 후, 박 주임신부는 성체에 분향한 뒤, 성합을 어깨보로 감싸 들고 성체를 모신 행렬과 함께 성당 중앙통로를 따라 소성당에 마련된 수난 감실로 향했습니다. 소성당 감실에 도착한 박 주임신부는 다시 한 번 성체에 분향하였습니다. 그 후 제대보가 걷혀지고 제대가 비워져 조용한 침묵만이 남았습니다. 수난 감실로 옮겨진 성체는 이제 성당 안에는 더 이상 주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전례적 상징이며,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죽으신 후 묻히심을 뜻하기도 합니다. 신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과 일치하는 시간을 가지며 예수님의 고통과 외로움, 그리고 우리를 향한 사랑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.
박 주임신부는 신자들에게 “한 시간만이라도 나와 함께 깨어 기도하라”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시켰습니다. 이어서 해설자는 신자들에게 성 목요일 저녁부터 성 금요일 오후까지 구역별로 짜여진 성체 조배 시간표를 참조하여 성체 조배를 참여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.
성삼일의 첫 걸음을 내딛으며 우리 모두가 주님과 함께 수난의 길을 걷고, 다가올 부활의 희망을 품으며 남은 성삼일을 뜻깊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.
– 홍보부 소속 명예기자 백지영 크리스티나